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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정명훈: 오랜만에 스타를 스릴있게 봤습니다.

조모컵 이야기는 정말 꺼내기도 싫어졌습니다. 완전 짜증나네요. 아무리 올스타전이라고 하지만 블샤형의 말처럼 한일 정기전의 변형된 형태라고도 볼 수 있는 경기였어요. 한-일간의 경기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죠. 하지만 경기결과는 내용면에서도 완패를 했네요. 하필 전국에 공중파 중계가 오랜만에 잡혔을 때 이렇게 왕창 깨지는지 원..ㅠ

 

경 기를 보면서 분석을 하려고 해도 사실 거의 모든 면에서 밀렸기 때문에 딱히 할 것이 없었거든요… MVP를 탄 이정수를 중심으로 하는 수비진이 피지컬에서도 완전히 K리그를 압도했고…J리그 용병들의 수준이 정말 높다는 것을 일깨우는 주닝뇨와 마르티뇨스의 활약은 대략 끔찍했어요…(반대로 K리그 수비라인의 무게는 작년에 비해서 확 줄어든 느낌이네요…) 올리베이라 감독에게 연패를 당한 차붐도 할말은 없을 것 같고요..

 

그래서 저도 결국 채널이 돌아갔습니다. 축덕인 제가 채널이 돌아갔으면 다 돌아갔다고 봐야죠…그래서 돌린 채널은 온게임넷(사실은 네이버 중계로 봤어요..가게였으니까요) 스타리그 결승전이었습니다. 저는 스덕이라고 하기는 좀 모자라지만… Secondary 스포츠라고 할 수 있어요. 스덕과 대화가 가능해요;; 야구선수는 WBC 선수 명단도 모르지만 스타는 왠만하면 팀에 대표선수들은 다 아는 정도 수준? 그런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동갑내기 스타 플레이어인 이윤열 선수에요. 데뷔당시에는 월등한 스피드와 멀티테스킹 능력을 바탕으로 ‘머신’ 이라고 불리었고…나중에는 ‘천재 테란’으로 불리었던 위메이드 폭스의 선수죠. 지금도 현역이고요. 하지만 이윤열-박성준-박태민 의 시대가 가고 나서는 왠지 재미가 반감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어요..(마재윤 시대까지는 이윤열의 연속이라고 봐요.)

 

육룡(6명의 강력한 프로토스들)시대, 택뱅리쌍 (김택용, 송병구, 이제동, 이영호) 시대라고 불리면서 강력한 선수들이 등장을 하기는 했지만 솔직히…(물론 스갤러 들에게 돌맞을 소리기는 하지만.) 스타리그에서…스릴이 라는 것이 사라졌다고 생각했거든요.. 요즘 나오는 선수들은 초반 빌드 가위바위보 싸움, 중후반에 수싸움 정도로 승패가 갈리는 것이 많아졌어요. 과거 임요환 선수가 인기를 몰았던 것 처럼 말도 ‘황제 컨트롤’, ‘홍진호의 폭풍’ 과 같이..아슬아슬한 것이 안 보였어요. 초반보고 중반보면 누가 이길지 70%이상은 감이 왔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것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 선수가 등장을 했죠. 아직 준우승 2회의 경력밖에 없는 테란이지만…어느새 SKT T1 테란의 계보를 이어주는 國本 테란으로 성장한 정명훈 선수입니다. 어제 T1의 광안리 통합 우승 (K리그로 치면 챔피언 결정전)에서 저그 최강 이제동 선수를 이틀 연속으로 잡아내면서 챔결에서만 3승을 쓸어 담은 괴력을 발휘했고 결국 MVP까지 차지한 선수입니다. (작년 MVP가 삼성칸의 이성은 선수였는데… 2년 연속 테란이 MVP를 차지하네여)

 

사실 광안리를 보고 쓰기 시작한 글이 아니었기 때문에 제가 포스팅 하려고 모아둔 것은 온게임넷의 ‘박카스 스타리그’를 기준으로 하고 있었는데..워낙 잘 나가는 선수라서 그럴까요? 어제 오늘 결승에서만 3승을 챙겼고..  두 번은 역전승으로 장식을 하면서 완전 테란 원톱 으로 떠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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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가 준비한 이미지가 조금 오래된 것이라서 그런지..전적이 70% 승률로 나오는데요.. 조병세 선수에게 패하기 전까지 10연승인가를 하고 있었습니다. 개인리그 최고 경력이 준우승인데요…준우승 당시까지만 해도 사실 이 선수에게 운빨이 따른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하지만..올해.. 그것도 이번 박카스 스타리그를 전후로 해서 정명훈의 포스는 이미 모든 테란 선수를 뛰어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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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명훈 선수가 정말로 좋은 이유는 바로 테란에게 스릴을 다시 찾아줬다는 점 때문입니다. 정명훈 선수가 국본 테란외에 가지고 있는 다른 별명은 바로 테러리스트 입니다. 소수 유닛, 특히 벌처와 레이스 몇 기를 동반한 견제 플레이는 과거 임요환의 마이크로 컨트롤을 보는 것 같습니다. 아슬아슬 하지만 테란이라는 종족이 할 수 있는 가장 멋있고 아름다운 플레이는 과감한 물량보다는 이런 테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재밌는 것은 이런 소수 유닛을 통한 플레이는 임요환의 코칭을 받는 것처럼 날카로운데..후반에 자원이 쌓였을 때 쭉쭉 뽑아내는 것은 괴물테란 최연성 코치(T1)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T1을 최강의 테란을 이끌었던 두 본좌들의 합작품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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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명훈의 경기를 스타리그 8강의 ‘팀킬’ 을 통해서 한번 더 분석해보면 더 재밌습니다. 정명훈 선수의 기본적으로 매카닉, 특히 벌처를 사용하는데 강력한 선수인데요. 이런 특성 때문에 테란, 프로토스 전에 특히 강했습니다. (프로토스전은 10연승을 넘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광안리 결승에서 이제동 선수를 2연파 했는데;; 이정도면 저그전도 잘한다고 봐야할 것 같아요) 그런 정명훈 선수의 기본기가 빛났던 경기입니다.

팀킬이라는 특성상 전략적인 승부는 잘 통하지 않습니다. 서로 워낙 잘 아는 경우는 선수들의 기본기와 순간 판단력으로 경기가 판가름 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경기의 경우도 전략보다는 선수들의 기본기 (컨트롤, 운영, 판단력 등) 싸움에서 판가름이 났습니다. 가장 큰 변수는 바로 순간적인 판단력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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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반 전략은 고인규 선수가 좋았어요. 정명훈 선수가 앞마당 멀티후 스타포트를 선택할 때, 고인규 선수는 시즈 모드를 먼저해서 정명훈 선수를 압박하는 플레이를 펼쳤고 사실 굉장히 잘 먹혔다고 생각합니다. 정명훈 선수의 앞마당이 공략당했고, SCV가 많이 죽어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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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V 를 다수 동반해서 겨우 압박을 뚫어낸 정명훈 선수지만 불리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순간의 상황판단으로 정명훈 선수가 선택한 것은 바로 드랍쉽과 레이스를 통한 견제! 그것도 고인규 선수가 방어를 할 수 없는 지형에서 탱크만을 활용한 견재 플레이를 선택을 하게 됩니다.

놀라운 것은 이런 판단이 자신이 공격을 당하는 상태에서 바로 이뤄졌다는 것이죠. 압박을 바로 역 견제를 하는 것은 보고도 아차 싶을 만큼의 판단력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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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 국 정명훈은 압박을 걷어냈고, 고인규 선수는 실패를 하면서 승부의 추는 기울었습니다. 탱크를 잔뜩 모아서 내려오는 정명훈 선수의 병력에 가스 부족에 허덕이며 물량을 맞추지 못했던 고인규 선수는 속절없이 밀리고 말았죠…딱히 전략적인 승부를 과감하게 던지는 승부가 아니었지만…순간적인 판단력과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GG를 받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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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기 말고도 금요일, 토요일로 이어지는 정명훈 선수의 경기는 그야말로 명품이었습니다. 순간 순간 판단의 실수가 있어도 그것을 만화할 수 있는 전략적인 선택이 굉장히 정확한 선수입니다. 기본기량도 뛰어나지만 판단력이 냉철하다고 할까요? 상대방의 수를 읽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습니다.

 

바둑 아마 1단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개인리그에서도, 팀 리그에서도 자기 몫을 톡톡히 하면서 결국 팀은 우승을 했고. 본인은 MVP에 뽑혔으며…… 개인리그에서는 4강에 들어갔습니다. (MSL은 인연이 없는 듯…) 지금도 강하지만 점점 더 강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이며..임요환 선수의 전역 이후에는 ‘한방용’ 전략도 차츰 늘어가는 정명훈 선수이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나 더 타이틀을 따낼지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것은 이 선수가 보여주는 경기는 테러 입니다… 스릴 있고 박진감이 있었습니다. 조모컵 때문에 확 우울해진 상태에서 기분을 경쾌하게 만드는 경기였습니다.

 

앞으로.. 이 선수가 정말 꾸준히 성장했으면 합니다. 스타크의 대부분의 맵은 테란전을 기준으로 맵 밸런스 수정을 많이 하는데..그만큼 테란은 사거리가 길고 강력한 종족입니다. 하지만 워낙 맵이 정교해서 그럴까요? 에이스 급 테란의 대가.. 끊어지는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한동안 테란라인은 KT의 이영호 선수가 혼자 지켜온 것 같은 뉘앙스를 줬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정명훈 선수가 그 구도를 깨고 올라오고 있네요. 이제는 가장 큰 별이 되는 일만 남았다고 봅니다…개인리그 우승을 꼭 차지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