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이 밝았습니다. 신년을 맞이하면서 저에게는 평소에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일이 참 많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좋은 일도 있고..나쁜 일도 있지만 적어도 저에게 있어서는 일상적이지 않은 무엇인가의 등장만으로도 정말로 축복 받은 시작을 한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글을 쓴다는 점은 저와 계속 새해를 맞이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던 많은 분들에게는 무례한 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을 쓰는데 계속 지웠다 쓰다를 반복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뭐…이렇게라도 고마움을 이야기 안 하고 시작하기에는 정말로 뭔가 시작을 한 것 같지 않은 아쉬움이 밀려와서..작게나마 저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 글에 들어가지 않으시는 분들이라도 저에게는 소중하신 사람들입니다. 특정 몇 분을 대상으로 말을 하지만…모두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해주세요^^
1. Jude ShellingFord 는…
dusskapsrk, ShellingFord, 주딩, 주햄 등 여러 애칭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저는 사실 참 재미없는 사람입니다. 표정이 밝은 편지도 않은데. 요즘은 빰의 흉터도 꽤 도드라져 보이곤 합니다. 인상은 선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워낙 세상 물정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별로 특별히 하는 것도 없으면서 주변에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포드군의 주소록과 팔로워 숫자입니다.
핸드폰을 처음 산 것이 03년입니다. CYON 공짜폰을 어머니 이름으로 개통을 해서 썼는데…그 폰의 주소록을 잃어버린 것도 아니고,,폰이 2번이나 바뀐 지금까지 같은 주소를 이어서 쓰는데…주소 전체가 280개 밖에 안 됩니다. 사실 그중에서도 기타…그러니깐 이 번호가 살아있는지 확신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의 범주가 77명이 넘습니다. 사실상 200개 정도의 주소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트위터의 경우도..시작한 날짜가..4월 24일입니다. 거의 1년이 다되어가는 상황이고..작년에 비하면 지금은 거의 제 인터넷 인생에 트위터가 50%정도로 비중이 올라가버린 상황인데도…아직도 follower나 following 이 모두 100명, 200명 수준입니다. 거의 봇에 가까운 사람들에 비하면…트윗작성이 4000건이 넘어가는 상황인 것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많은 숫자는 아니라고 합니다.
천성적인 관심 부족이라고들 합니다. 하고 싶은 것은 하고 살지만 그외에는 잘 관심을 못 갖는..멀티테스킹 안되는 아이폰 스러운 두뇌를 가지고 있다보니깐 하나를 보면서 옆을 잘 보는 편은 아닙니다.. 약간의 완벽주의도 있어서..하나를 마무리 지어야지 다음 것을 하는 편이고..아닐꺼면 시작을 잘 안하는 이상한 성격이기도 합니다. 꼼꼼하지도 못해서 시간도 딥따 걸리는 최악의;;; 거북이 입니다.. (감각도 둔팅이죠)
2.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심각하긴 하지만 속은 비었고..
포디즘 블로그..점점 잡탕의 세계로..
이런 저의 성격은 저의 블로그에도 드러나곤 하는데…잡탕이라는 점을 생각하더라도..
축구 관련 글을 한창 많이 쓰던 입대 전의 글을 생각한다면 지금은 웹에 대한 글을 더 많이 쓰는 편이고…심지어 다음뷰의 경우는 제가 IT블로거로 이름이 들어가 있곤 합니다;; 저는 분명 이곳에 경제나 경영…그리고 IT를 그쪽으로 해석한 글을 쓰고 싶었지만 관심이 가는 대로 쓰다보니깐 주제도 없고…감동도 없고…심지어 유머러스 하지도 않은 그런 잡탕을 만들어 버렸습니다…(이런 것이 바로 편집장 탓이라는 거죠..)
IT와 축구라는 여자들은 싫어하고 일부 남자들은 어려워하는..(축구도 무려 국내축구죠) 주제가 머릿속을 채우다 보니깐…어느 술자리에서 뭔 말을 하기도 참 조심스러운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참…보편적인 음악이나..방송연예 같은 가쉽은 이상하게 한 귀로 들어도 잘 흘리는 편입니다..
보편적인 가쉽에 약하다 보니깐…자연스럽게 공감이 가는 대학이나 취업 혹은 영어나 유학같은 주제로 가끔 술자리를 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제가 너무 무겁죠? 자연스럽게 굉장히 사무적인 관계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가끔은 말을 굉장히 저음톤으로 시크하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유탁형을 따라하는 것도 있지만…시크한 척 무거운 분위기를 거부하며 자리를 빨리 정리하기 위한 습관과도 같은 것 같습니다. 1
저는 제가 학교친구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에 대해서…학부라는 핑계를 대곤 합니다. 뭐..틀린 말은 아니죠..저희 학과는…같은 학번의 친구들끼리도 “~~씨”라고 부리기도 합니다. 종강파티나..개강파티 같은 것도 그렇게 활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제가 기본적으로 사교적이지도 못하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끼곤 합니다...
말주변도 없으면서 무거운 주제나 어려운 주제가 가득하고…이런 상황이다 보니깐 학교에서는 특이한 사람…축빠, 얼리어답터 같은 이미지가 저를 따라다니곤 하는데…덕분에 생긴 인연도 많지만 덕분에 친근하지 못한 사람인 것도 사실 입니다.
3. 그런 나에게 생긴 변화.. 기적 같은 사람들..
그런 저에게 작년부터 참 재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언제나 일상적이던 일들이 특별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저의 주위에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이란 수단을 통해서 만나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제는 오프라인에서 만난 사람들보다 더 정감이 가고 인간적인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 감사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분들의 존재가 자체로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떨 때는 그냥 잘 들어주기만 하는 재미없는 저 같은 사람도 대화를 하면서 재미있다고 웃고 떠들고..드립치고.. 사실 그 자체가 저에게는 정말로 그리운 모습이었습니다. 한 중학교때 이후로는 그런 시끌시끌한 것을 느끼지 못하고 사는 것이 너무 당연했거든요.. 마음속으로는 좀 외로웠던 것 같은데…원래 그런거야! 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2
축구장의 기적..
지금도 그렇지만 축구장을 굉장히 열심히 갔었습니다. 어쩌면 저의 인생의 전부를 걸 것 같은 기분으로 축구장을 갔습니다. 하지만…그것은 그곳을 가면 만나는 사람들 때문이었는 지도 몰라요..축구는 그저 매개체일 뿐이죠…경기장에서 골을 넣으면? 그 순간 잠깐이지만 축제가 벌어집니다. 그랑블루는 그것을 오블라디 오블라다 라는 비틀즈의 노래로 즐기는데요…그 축제가 있는 잠깐동안은 남녀 노소 없이 즐겁게 미쳐주고.. 이기면 기쁨에 취하고…지면 술과 욕에 취해서 사람들과 그 기분을 나누는 것…저는 어쩌면 그 것을 더 좋아한지도 모릅니다.
그런데..그런 매개를 찾아다니던 저 같은 사람도 이제는 주변에 친구가 있습니다. 참 특이하지만 제가 재미있는 사람 혹은 자상한 사람이라고 비행기를 태워주기도 하는데…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깜짝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저는 요즘 웃고 지냅니다. 그 분들은 저에게는 기적과 같은 사람들이니까요..
그렇게 죽고 못살던 축구가 10위를 하고…절망에 빠져서 허우적 거려도…그것을 나누고 같이 술이라도 한잔하면서 수다 떨어줄 닭빠들이 주변에 있어서 행복하고…
항상 나를 닭빠라고 비꼬고 서로 드립, 역레발을 떨지만...항상 만나면 시끌벅적 내가 친한 형을 넘어서 인간적으로 존경하는 형부터 언젠가 나를 눈 속에 파묻겠다고 다짐하시는 닭까 형님들 요즘 부쩍 이뻐지고, 대견해진 어린 동생까지..한명 한명이 너무 소중한 인연이고 따뜻한 사람들입니다.
학교의 기적..
저에게 학교란…단지 학점을 돈 주고 사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많습니다. 학교라는 것에게 어떤 의미있는 공간일 수 가 없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재수의 실패와 나이와 군대의 압박으로 인해서 더이상 도전을 하는 것이 무의미해서 정착을 했다는 자괴감..그런 자격지심이 지금의 저를 힘들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위에서 말한 과의 특성 덕분에…친구들과도 굉장히 피상적으로 만났습니다. 팀플 같은 것을 하면서 친해지곤 하지만…그것도 그때 뿐 이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학교에 가도 언제나 언제나 서로를 격려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학교가 싫다고…유학 가겠다고 꼬락서니 우스운 이야기를 하는 철부지 같았던 시절도 있었지만…지금은 같이 공부하면서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먼저 성공해서 교환학생으로 미국을 가는 사람까지..만나서 술 한잔 하는 형님들도 계시고…저와는 한 학기 짧은 인연이라고 생각했지만…어느새 군대를 가고..가서도 연락을 하고 휴가 나와서 찾아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궁 시렁 거리는 나이 어린 동생들 그리고 같이 학교를 들어와서..서로 서로 학교생활에 메이트가 되어준 고마운 친구도 있습니다.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도 똑 같았습니다. 먼저 손 내밀고 먼저 동석하고 먼저 한잔 사면 간단한 것인데..그것을 조금은 좀 늦게나마 알았습니다.
파랑새의 기적..
저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준 두 번째 파란색…(첫번째 파란색은..당연히 수원입니다. ) 지독하게 적지만 140자 트윗터를 통해서 만난 사람들의 인연들..어쩌면 위의 모든 것을 가능하게 저의 사고방식을 바꿔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한 곳 같습니다.
처음에 트위터는 정말…어이없는 서비스였습니다. 광장에서 누가 들어주던 말던 혼자서 주저리 주저리 떠드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단문 메시징이라면 차라리 미투데이 처럼 자기 홈에서 하는 것이 낫지 않나 싶었습니다…미친X 널뛰는 것도 아니고 뭐하냐고 거기서 떠드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만…
딱 몇개월 뒤에는 세상이 바뀐 것 같았습니다. 겨우 백여명의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일상을 자유롭게 읽고 공유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에 참여했고…당연한 듯 오프라인과 이어졌습니다. 무슨 인터넷 채팅처럼 그런 단발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개인을 걸고 하는 자유로운 대화의 창문을 만난 것 같았습니다. 거기서 소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최근에 저의 일상을 바꾸는 많은 일들이 이곳을 통해서 일어났습니다…
누군가의 눈물 섞인 고민을 듣고 제가 위로할 수 있는 말을 찾았고…
누군가의 미칠듯한 고민에 답을 해주려 노력했고..
누군가의 장난 섞인 말에 실없이 웃고만 있었던 적도 있고…
내가 누군가에게 고마운 사람일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나도 어떤 면에서 누군가에게 인간적으로 필요한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곁에 있어서 너무 고마운 사람들이 늘어가면서 더욱 더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와 에너지를 찾았습니다.
저는 간사한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전 언제나..시크한 척, 워크홀릭인 척, 완벽주의자 흉내를 내면서 사실은 저의 일에도 집중을 못하고…저의 미래에도 대충대충이었으며 행동에는 그럴듯한 변명이 많았습니다. 그저 그렇게 사는 것이지 뭐…라고 생각을 했지만 결국은 사람이 그리웠던 것 같습니다.
미칠 것 같았던 축구에 대한 열정도 사실 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가장 크게 폭발했던 것이..아마 그 이유일 것입니다. 10년간의 덕후 생활 중에서 가장 뜨겁고 가장 불타올랐던 때가 그때였으니까요…02년 열기 속에서 만난 사람들간의 인연이 너무 즐거웠고..벽이 없었으며 공통된 이야기를 주고 받았던 것 같았습니다. 너는 그 사람들과 축구로 통했던 것이고…그 인연이 지금도 축구와의 깊은 끈으로 이어졌습니다.
당시에는 꿈을 꾸면 파란 잔디와…축구공이 오가곤 했습니다. 영어로 꿈을 꾸면 좋다는데…가끔 영어로 중계를 하는 캐스터의 목소리가 들리곤 했습니다. (유럽축구 증후군) 저희 집 데스크톱을 반정도 망쳐놨던 FM같은 게임도 그때 저의 손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요즘은 잠들 때 가끔…누군가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곤 합니다. 하루는 꿈을 꿨는데…(개꿈입니다만.) 누군가가 저한테 어떤 노래를 불러줘서…눈을뜨고..방을 둘러보니깐…전날 봤던 친구들이..제 방에서 이런저런 수다를 떨면서 아사히 맥주를 한잔씩 을 나눠마시고 있었고…다른 쪽에서는 또 얼마전에 만났던 사람들이 모여서 백세주를 권하면서 한참 토론을 하고 있었고…또 한쪽에서는 영화 티켓을 고르면서 저에게 의견을 묻고 있었습니다. (대체…내 꿈속의 집이 얼마나 컷 던 것일까;; )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전 간사한 사람입니다. 누군가와 소통하기를 바라고..누군가에게 나란 존재가 있기를 바랬는데. 언제나 쭈삣쭈삣 있고..저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말을 못해서 시름시름 앓던 이발사가 지원하게 쏟아내는 저 동화의 이야기 처럼..
저에게는 기적과 같았던 사람들이 제 주위에 나타나면서…저는 이제 말을 하고, 수다를 떱니다.
전 사람이 그리웠던 것 같습니다. 녹기 쉬운 벽을 쌓고 있었지만 그것을 누가 녹여주기를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축구와 수원을 통해서..블로그와 트윗을 통해서 그리고 결국에는 인간적인 만남을 통해서..
저에게 호흡을 나눠주는 많은 사람들… 감사합니다.
2010년 새해를 시작하며…포드 올림.
(물론 블로그를 통해서 인연이 닿으신 분도 많지만..유독 이 블로그에 의미를 두지 않은 것은 이 공간을 통한 인연은 결국 저 3가지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